회복한 사람이 있다
이 책에서는 한 번 그만둔 뒤에 다시 도박으로 돌아가 버리는 것을 ‘재발’이라고 적는다. ‘리랩스’라고도 부른다.
몇 번째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제 그만둘게’라고 아내에게 말한 지 3주 뒤에 또 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하고 결심하고 또 3주.
7번째, 8번째, 9번째. 말할 때마다 신뢰는 줄어든다. 스스로도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도박 중독 나았다’를 검색했다. 검색해서 나온 커뮤니티 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29번 재발하고, 지금 302일 이어가고 있습니다’
29번. 내 9번이 작아 보였다. 그리고 그 사람이 302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와닿았다.
‘이제 너무 늦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여러 번 재발을 경험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이제, 몇 번을 해도 안 된다’ ‘9번이나 결심하고 9번 다 실패한 인간에게, 회복은 없다’ ‘낫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다르다’
이 생각은 도박 중독에 빠진 뇌가 만들어내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도박 중독에서의 회복이 드물지 않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규모 조사에서는 과거에 도박 중독이었던 사람 중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스럽게 회복한 사람이 상당한 비율로 존재한다고 보고되었다.
‘치료를 받아서 나았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몇 번이나 다시 시작한 끝에 어느 날 이어지게 되었다’는 패턴이 많은 당사자에게서 보고되고 있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
QuitMate라는 중독 회복 앱의 데이터를 살펴본다.
전체 그림
최근 1개월 이내에 앱을 연 액티브 사용자 1,407명 중,
- 약 38%가 과거에 90일 이상 끊어 본 경험이 있다
- 약 10%가 365일 이상의 연속 기록을 달성했다
10명 중 1명이 1년 이상 끊어 오고 있다. 그리고 이들은 ‘처음부터 잘 풀린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몇 번씩 재발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V자 회복의 실제 사례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V자 회복’이라고 불리는 패턴이다.
- 과거에 3번 이상 재발을 경험했다
- 그동안의 평균 연속 기록보다 3배 이상 긴 장기 연속 중이다
- 지금도 이어가는 중이다(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
이 패턴에 해당하는 사람이 59명 있다(2026년 4월 기준). 구체적인 예를 든다(개인 식별을 피하기 위해 속성만 적는다).
- 어느 남성 사용자(파친코 계열): 29번 재발을 경험했다. 과거 연속 기록은 평균 3일이었다. 지금은 302일째 이어가고 있다
- 다른 남성 사용자(파친코 계열): 16번 재발했다. 과거 평균 4일이었지만 현재 554일 연속 중이다
- 다른 남성 사용자(파친코 계열): 과거 평균이 2일이었지만 현재 365일을 정확히 달성했다
- 어느 여성 사용자(음주 계열): 9번 재발, 과거 평균 49일 → 현재 475일 연속
- 다른 남성 사용자(파친코 계열): 7번 재발, 과거 평균 15일 → 현재 535일 연속
29번, 16번, 과거 평균 2일. 어느 것이나 ‘이제 나는 너무 늦었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숫자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지금 이어가고 있다.
패턴으로서의 ‘갑자기 잘 되는 날’
V자 회복 사용자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패턴이 있다.
과거에 몇 번이나 재발을 반복해 온 사람이 어느 날을 기점으로 장기 연속에 들어선다.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그전과 똑같이 짧은 주기로 재발을 반복한다. 무엇이 결정적으로 바뀌었는지는 본인도 주변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늘 2~3일 만에 재발하던 사람이 어느 순간부터 100일, 200일, 500일씩 이어가게 된다.
이 전환점이 재발을 반복해 온 사람들에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오래 이어가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발을 반복하는 동안 본인에게는 줄곧 실패 경험의 연속이다. 10번, 20번씩 다시 시작하고 매번 며칠 만에 재발한다. 실제로 ‘이제 나는 낫지 않는다’고 글을 올리는 사람도 많다. 그래도 다시 시작한 사람만이 어느 날 전환점을 만날 수 있었다.
도중에 ‘이제 그만이다’라며 포기한 사람은 그날을 만나지 못했다.
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이 하나 더 있다. 회복에는 연결이 효과가 있다.
같은 앱의 데이터로 처음 30일 동안 다른 사용자에게서 받은 댓글 수와 90일 이상 이어가는 비율의 관계를 조사했다.
- 댓글 0건 → 90일 이상 이어가는 비율 28.6%
- 1~2건 → 42.0%
- 3~9건 → 50.2%
- 10건 이상 → 60.8%
누군가 지켜봐 주고 있다는 느낌이 있는 것만으로 이어갈 확률은 거의 두 배로 올라간다. ‘혼자가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 이어가기가 쉬워진다.
데이터의 한계
위의 데이터에는 한계가 있다.
- 대조군이 없다: 앱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과의 비교를 할 수 없다
- 자기 선택 편향: ‘앱을 쓸 만큼 의욕이 있는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에 모집단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
- 역인과의 가능성: ‘앱이 회복을 도왔다’는 것인지 ‘이어간 사람이 앱을 계속 썼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댓글 수와 연속 기록 비율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이것은 ‘앱을 쓰면 회복한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데이터에 한계가 있더라도 ‘재발을 몇 번이나 반복한 사람이 지금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숫자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그 사람들이 실재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저 사람은 해냈다. 그럼 나도 할 수 있다’고 곧바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오히려 ‘저 사람은 특별하다. 나와는 다르다’고 느끼는 편이 보통이다.
전환점을 만난 사람들도 만나기 전의 자신을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았다. 그들도 ‘나는 너무 늦었다’고 느꼈다. 몇 번이나 그렇게 느꼈다. 그래도 이어간 결과 어느 날이 왔다.
회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자신도 타인도 예측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어가는 수밖에 없다. 이어가지 않는 사람에게는 절대 오지 않는다.
참고 문헌
- QuitMate 앱 내부 데이터 (2026년 4월 분석).
tools/recovery/recovery.py에 의한 집계. 약 8,000명 사용자, 약 28,000트라이얼. 자세한 내용은00_marketing/strategy/回復効果分析まとめ.md를 참조. - Slutske, W.S. (2006). Natural recovery and treatment-seeking in pathological gambling: results of two U.S. national surveys.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63(2), 297-302.
- Hodgins, D.C., & el-Guebaly, N. (2000). Natural and treatment-assisted recovery from gambling problems: a comparison of resolved and active gamblers. Addiction, 95(5), 777-789.
- Cunningham, J.A. (2005). Little use of treatment among problem gamblers. Psychiatric Services, 56(8), 1024-1025.
- Marlatt, G.A., & Donovan, D.M. (Eds.) (2005). Relapse Prevention: Maintenance Strategies in the Treatment of Addictive Behaviors (2nd ed.). Guilford Press.
주: 이 장에서 소개한 사용자의 속성은 QuitMate 앱 내부 데이터에 기반하지만, 개인 식별을 피하기 위해 속성 정보만 기재한다. 데이터의 한계(대조군 없음, 자기 선택 편향, 역인과의 가능성)는 본문에서 밝힌 그대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