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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9

가족과의 관계: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 장은 당사자의 시점에서 쓴다. 가족을 위한 내용(가족 모임, 갬어넌, 가족 지원 방법)은 별도로 다룬다.

토요일 낮. 거실 소파. 아내는 아이를 데리고 친정에 가 있다.

3일 전, 또 빚이 발각되었다. 이번에는 150만 엔. 아내는 아무 말 없이, 울면서 짐을 챙겨 나갔다.

‘다음 주말까지 친정에 있을게. 당신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볼게.’ 그렇게 쓴 종이가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10년을 함께 살아왔다. 이 10년 동안, 아내에게 몇 번이나 사과했을까. 몇 번이나 ‘이제 안 할게’라고 말했을까. 몇 번이나 그 약속을 깨뜨렸을까.

지금까지의 사과가 전부 거짓말이었던 것은 아니다. 그때는 진심으로 말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전부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아내에게는 닿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도박 중독이 가족에게 끼쳐 온 영향

도박 중독은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본인과 함께 살아온 가족에게도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경제적인 영향

  • 가계가 빠듯해진다
  • 자녀의 교육비, 가족의 생활비가 깎인다
  • 빚을 대신 갚아 준 가족도 있다
  • 예금이 사라지거나 집을 잃는 경우도 있다

심리적인 영향

  • 본인의 언행을 믿을 수 없다
  • ‘또야’가 일상이 된다
  • 가계를 늘 걱정한다
  • 숨겨 온 일에 대한 분노
  • 몇 번이나 배신당한 뒤의 체념
  • 내 탓은 아닐까 하는 자책
  • 주변(부모, 직장, 이웃)에 들통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

가족은 본인이 도박을 하지 않는 시간에도 줄곧 걱정한다. 본인은 ‘끊고 있는 시기에는 폐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가족 쪽은 ‘언젠가 또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을 늘 안고 있다.

사회적인 영향

  • 가족의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부끄러움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된다)
  • 자녀가 아버지나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하게 된다
  • 친척과의 관계가 깨진다
  • 이사나 전학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기 존재 그 자체에 끼치는 영향

가족은 본인을 사랑해 왔다. 그럼에도 중독에 빠진 본인과 함께 살면서,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나는 무엇을 잘못한 것일까’라고 끊임없이 자문해 왔다.

이것은 가족의 책임이 아니다. 하지만 가족은 그 물음을 계속 짊어져 왔다.

가족 쪽에도 마음의 케어가 필요하다. 가족 모임(갬어넌 등)이나 가족을 위한 상담이 있다.


신뢰가 무너져 가는 구조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작은 거짓말과 작은 약속 깨기가 쌓이면서, 조금씩 무너져 간다.

처음에는 작은 거짓말

처음에는 아주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된다. ‘오늘은 야근으로 늦어’(실제로는 파친코) ‘월급은 제대로 입금되고 있어’(실제로는 미리 빼돌리고 있다) ‘이번 달은 어울리는 자리가 좀 많아서’(실제로는 도박)

거짓말의 규모는 처음에는 작다. 가족도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하거나, 눈치채도 못 본 척 넘긴다.

약속과 배신의 사이클

빚이나 횡령이 발각된다. 본인은 울면서 사과한다. ‘이제 절대 안 할게’라고 약속한다. 가족은 믿는다.

몇 주에서 몇 달 뒤, 또 같은 일이 일어난다. 본인은 또 울면서 사과한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안 할게.’ 가족은 또 믿는다(또는 반쯤 체념하면서 받아들인다).

이 사이클이 몇 번이고 반복된다. 한 번 반복될 때마다, 가족 안의 ‘믿는 힘’이 깎여 나간다.

믿는 힘이 0이 되는 순간

어느 시점에서 가족 안의 ‘믿는 힘’이 완전히 0이 된다. ‘이제 무슨 말을 해도 안 믿어’가 된다. 이것은 분노 때문이 아니다. 믿는 데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두 장면에 나온 아내의 상태가 여기에 가깝다. 화나 있지 않다. 차갑다. 하지만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말’로는 돌아오지 않는다

믿는 힘이 0이 된 뒤에는, 본인이 아무리 ‘이제 안 할게’라고 말해도 가족 안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는다. 말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는다. 여기서부터는 행동만이 의미를 가진다.


가족에게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사과’와 ‘보고’를 혼동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사과해 온 사람일수록, ‘사과’가 무효화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가족에게 사과는 이제 ‘또야’라고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사과’가 아니라 ‘보고’로 바꾼다.

  • ‘도박 중독이라는 병이라고 인정했어.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어.’
  • ‘빚의 총액을 알게 됐어. ___만 엔 있어.’
  • ‘변호사와 상담하러 가기로 했어.’
  • ‘다음 주 월요일부터 GA에 다닐 거야.’

과거의 행위에 대한 사과가 아니라, 앞으로의 구체적인 행동을 전한다. 가족이 알고 싶은 것은 ‘미안해’가 아니라, ‘앞으로 무엇이 바뀌는가’다.

짧게 이야기한다

길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길게 이야기하면, 과거의 변명과 구별이 되지 않게 된다.

전할 것은 다음 세 가지뿐이면 된다.

  1. 자신의 현재 상태(사실)
  2.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행동)
  3. 가족에게 무엇을 부탁하는가(협력 요청)

예:

‘지금 빚이 ___만 엔 있어. 도박 중독이라고 인정했어. 다음 주부터 치료를 시작할 거야. 돈 관리를 당분간 부탁하고 싶어.’

세 줄이면 충분하다. 자세한 것은 가족이 질문하면 답한다.

반응을 구하지 않는다

이야기한 뒤, 가족의 반응을 구하지 않는다. ‘용서해 줬다’, ‘이해해 줬다’를 그 자리에서 기대하지 않는다.

가족은 그 자리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화내거나, 울거나, 말없이 있거나, 나가 버리거나, 어느 것이든 평범한 반응이다. 반응을 기다리지 말고, 자신의 행동을 계속한다.

너무 많이 약속하지 않는다

‘이제 절대 안 할게’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이번에야말로 진심이야’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이것은 과거에 몇 번이고 해 온 말이다. 가족 안에서는 이미 무효화되어 있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절대라고는 말 못 해. 다만, 오늘부터의 행동을 바꿀게. 하고 있는 것을 매일 보여 줄게.’

이것은 나약함이 아니다. 사실에 가까운 표현이다. 중독은 재발하는 병이며, ‘절대’는 본인도 보장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오늘의 행동’뿐이다.

가족에게 ‘절대’라고 말할수록 신뢰는 멀어진다. 가족에게 오늘의 행동을 보여 줄수록 신뢰는 조금씩 돌아온다.


신뢰의 회복은 ‘과정’이다

신뢰는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수백 일, 수년에 걸쳐 조금씩 돌아온다.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신뢰가 돌아오는 방식

신뢰가 돌아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작은 쌓임을 통해서다.

  • ‘오늘도 도박하지 않았다’가 30일 이어진다
  • 통원을 약속대로 계속하고 있다
  • 가계 이야기를 피하지 않고 한다
  • 빚 정리가 진행되고 있다
  • 숨기는 일을 하지 않게 되었다
  • 기분이나 언행이 안정되어 왔다
  • 가족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이 반년, 1년씩 쌓여서, 가족 안에서 ‘어쩌면 이번에는 진짜일지도 모른다’가 자란다.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 2~3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빨리 용서받고 싶다’,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고 싶다’고 서두르는 마음은 든다. 하지만 서두르는 순간, 가족 안의 경계심이 강해진다. ‘결국 자기 생각만 한다’고 느끼게 만든다.

과정을 서두르지 않는다. 가족의 속도에 맞춘다. 가족이 ‘용서한다’고 말할 때까지, 먼저 ‘용서해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관계도 있다

가족과의 관계가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 이혼에 이르는 경우
  • 자녀와의 관계가 오랫동안 거리를 둔 채로 있는 경우
  • 부모와 의절하게 되는 경우

이런 일들은 현실로 일어난다. 이 책의 독자 중에도 이미 그렇게 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 관계가 있어도, 본인의 회복은 계속할 수 있다. ‘가족과 예전처럼 돌아가지 못했으니 내 인생은 끝’이 아니다. 가족과의 관계는 인생의 일부이고, 회복은 인생 전체에 관한 이야기다.


가족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닐 때

때로 가족은 ‘이야기를 듣는’ 상태가 아닐 때가 있다.

  • 분노가 너무 강해서 듣지 못한다
  • 체념해서 듣고 싶지 않다
  •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
  • 제삼자를 거치지 않으면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럴 때는 무리해서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 행동을 계속한다(도박을 하지 않는다, 통원한다, 빚 정리를 진행한다)
  • 제삼자(상담사, 의사, 법률 지원 센터 담당자)를 통해 전한다
  • 편지나 메시지로 짧게 근황을 전한다
  • 가족 모임(갬어넌)에 가족이 갈 수 있도록 소개한다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기가 오래 이어지기도 한다. 그동안에도 자신의 회복은 멈추지 않는다. 가족은 본인의 회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자녀가 있는 경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녀에 대한 정직함

자녀는 나이에 관계없이 집 안의 이변을 느끼고 있다. ‘아이는 모른다’고 생각해도, 아이는 대체로 눈치채고 있다.

성장 단계에 맞춰, 필요한 범위에서, 거짓이 아닌 정보를 전한다. ‘아빠(엄마)는 지금 병 치료를 하고 있어’라는 단순한 전달 방식이면 된다. 자세한 것은 아이가 컸을 때, 필요한 범위에서.

자녀 앞에서는 도박을 하지 않고, 화제로 삼지 않는다

자녀가 있는 시간대나 장소에서는 도박과 관련된 행동이나 화제를 꺼내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를 지킨다’기보다, ‘아이 앞에서 자신의 상태를 리셋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녀와의 시간을 소중히 한다

회복 과정에서 자녀와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든다. 완벽한 부모일 필요는 없다.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도, 아이 안에서는 큰 변화가 된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에서 배우고 있다. 부모가 회복에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은, 아이에게도 의미 있는 일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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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lischuk, R.G., Nowatzki, N., Cardwell, K., Klein, K., & Solowoniuk, J. (2006). Problem gambling and its impact on families: A literature review. International Gambling Studies, 6(1), 31-60.
  • Dowling, N., Smith, D., & Thomas, T. (2009). The family functioning of female pathological gamblers. International Journal of Mental Health and Addiction, 7(1), 29-44.
  • 갬어넌 일본 인포메이션 센터. https://www.gam-anon.jp/
  • 信田さよ子 (2014). 依存症臨床論. 青土社.
  • 斎藤学 (2009). 家族依存症. 新潮文庫.
  • 松本俊彦 (2018). 誰がために医師はいる. みすず書房.
  • McCrady, B.S. (2004). To have but one true friend: Implications for practice of research on alcohol use disorders and social networks. Psychology of Addictive Behaviors, 18(2), 113-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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