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지도 만들기
책상 위에 백지 한 장을 놓습니다. 한가운데에 ‘나’라고 쓴 원을 그립니다.
그 주위에 의료기관, 가족, 상담 창구, 자조 모임, 긴급 연락처를 적기 시작합니다. 적으면서 어떤 곳에는 전화번호를, 어떤 곳에는 사람의 이름을 덧붙입니다.
완성된 지도를 봅니다. A4 종이 한 장에 나를 둘러싼 지원이 전부 담겨 있습니다. ‘정말 급할 때는 여기에 연락할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지금까지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정보가 종이 위에서 하나로 모였습니다. 흩어져 있을 때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꼈습니다. 한 장에 정리해 보니 생각보다 여러 가지가 있었습니다.
왜 지도로 만드는가
회복을 위해 필요한 정보는 아주 많습니다.
- 의료기관의 연락처
- 상담 창구의 번호
- GA 개최 장소
- 변호사·법무사의 연락처
- 가족의 연락처
- 긴급 연락처
- 믿을 수 있는 친구의 연락처
이것들은 이 책의 곳곳에서 소개해 왔습니다. 하지만 흩어진 채로 두면 위기의 순간에 ‘어디를 봐야 할지’를 알 수 없습니다.
위기의 순간의 뇌는 검색에 서툽니다. 스마트폰으로 ‘상담 창구’라고 검색할 여유가 없습니다. 머릿속으로 ‘그 사람의 번호가……’라고 떠올릴 여유도 없습니다.
대신 평온한 날에 미리 한 장의 종이에 전부 정리해 둡니다. 위기의 순간에는 그 종이를 보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검색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것이 ‘개인 지도’입니다.
지도에 적는 다섯 가지 요소
개인 지도에는 다음 다섯 가지를 적습니다.
- 의료
- 상담 창구
- 자조 모임
- 법률·돈
- 개인 연락처
각각을 차례대로 살펴봅니다.
의료
- 단골 정신과 / 중독 외래
- 이름, 주소, 전화번호, 진료 시간
- 예약 방법(전화, 웹)
- 담당 의사의 이름(있다면)
- 응급 대응 창구(야간·휴일)
상담 창구
- 지역 상담 창구
- 각각의 전화번호, 접수 시간
- 긴급 상담처
자조 모임
- 가장 가까운 GA 모임
- 개최 장소, 개최 요일, 시간
- 연락처(있다면)
- 갬어논(가족 대상)
- QuitMate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법률·돈
- 변호사·법무사 사무소(상담하러 갔던 곳)
- 빚 관리용 가족 명의 계좌 정보
개인 연락처
- 가족의 전화번호(주요한 사람)
- 믿을 수 있는 친구의 전화번호(3명)
- GA 동료의 연락처(있다면)
- ‘한밤중에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표시
지도를 만드는 순서
1단계: 종이와 펜을 준비
A4 종이 한 장과 펜 한 자루. 가능하면 색깔 펜도 몇 자루(빨강, 파랑, 검정 등).
2단계: 가운데에 ‘나’라고 쓰기
종이 한가운데에 원을 그리고 ‘나’라고 적습니다. 이름이어도 좋습니다. 이 원이 중심이 됩니다.
3단계: 다섯 가지 요소를 주위에 적기
가운데 주위에 다섯 가지 요소를 같은 간격으로 배치합니다.
- ___클리닉
- TEL ___
- ___님
- TEL ___
- ___ 상담 창구
- TEL ___
- ___ 사무소
- TEL ___
- GA ___모임 장소
- 매주 ___요일
4단계: 각 요소에 세부 정보를 적기
다섯 가지 요소에서 선을 그어 구체적인 정보를 적습니다.
예:
[의료] ├ ___정신과 클리닉 │ 전화: ___ │ 주소: ___ │ 시간: ___ │ 담당: ___ 의사 └ 응급 대응 창구 전화: ___ 시간: 야간·휴일
모든 정보를 한 장에 담습니다. 다 담기지 않으면 글씨를 작게 쓰거나 우선순위가 높은 것만 적습니다.
5단계: 긴급용을 빨강으로 표시
다섯 가지 요소 중 위기의 순간에 가장 먼저 연락할 것을 빨강으로 둘러쌉니다.
- 긴급 연락처(응급 119)
- 단골 정신과의 응급 대응 창구
- ‘한밤중에도 연락할 수 있는 사람’ 한 명
빨강은 위기의 순간에 눈에 확 들어오는 색입니다.
6단계: 사진으로 찍어 스마트폰에 저장
종이 지도가 완성되면 사진으로 찍습니다. 스마트폰의 앨범에 저장합니다. 스마트폰의 잠금 화면으로 설정해도 좋습니다. 종이 쪽은 집 벽이나 지갑에 둡니다.
‘눈앞에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상태로 두지 않습니다.
지도를 일상에서 사용하기
위기일 때 사용하기
위기의 순간에 먼저 지도를 펼칩니다.
- 갈망이 강해서 움직일 수 없을 때 → 개인 연락처에서 한 명에게 전화
- ‘죽고 싶다’가 머릿속에 떠올랐을 때 → 긴급 연락처(빨강)부터 순서대로
- 돈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 법률·돈
- 정신이 무너질 것 같을 때 → 의료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도를 보고 적혀 있는 곳에 연락하기만 하면 됩니다.
평온한 날에도 사용하기
위기일 때뿐만 아니라 평온한 날에도 사용합니다.
- 한 달에 한 번 지도를 다시 살펴본다(정보가 낡지 않았는지)
- 새로운 연락처가 생기면 추가한다
- 더 이상 쓰지 않는 연락처는 선으로 지운다
- ‘다음에 갈 곳’을 하나 정한다(예: 다음 달 GA 견학)
지도를 다시 살펴보는 것 자체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행위가 됩니다.
가족과 공유하기
가능하다면 가족과 지도를 공유합니다. 가족이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어디에 연락하면 되는지’를 알게 됩니다. 가족 쪽도 안심합니다.
가족이 없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제삼자(의료인, 케이스워커)와 공유합니다. 공유할 상대가 없는 경우에는 혼자만의 지도여도 괜찮습니다.
한 달에 한 번 다시 살펴보기
무엇을 다시 살펴보는가
매달 한 번, 정해진 날에 지도를 다시 살펴봅니다.
- 연락처가 바뀌지 않았는지
- 가 보고 싶은 곳이 새로 늘어나지 않았는지
- ‘써 본 적이 있는’ 곳은 표시한다
- ‘썼지만 맞지 않았던’ 곳은 흐린 글씨로 한다
- ‘앞으로 쓰고 싶은’ 곳은 파랑으로 표시를 한다
새로운 것을 하나 추가하기
매달 지도에 새로운 것을 하나 추가하는 것을 목표로 삼습니다.
- 새로운 의료기관을 알아본다
- 새로운 자조 모임의 존재를 안다
- 새로운 상담 창구를 안다
- 새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린다
조금씩이어도 됩니다. 한 달에 하나씩이라도 12개월이면 12개가 늘어납니다. 1년 후에는 지도가 빼곡해집니다.
‘쓸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감각
지도를 다시 살펴보다 보면 자신의 주위에 ‘쓸 수 있는 것’이 늘어나는 감각이 자랍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느꼈던 것이 반년 후에는 ‘이만큼 있다’라고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제23장의 회복 자본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늘어나는 것과 같습니다. 회복 자본 중 사회 자본과 물리 자본의 일부가 이 지도에 담겨 있습니다.
지도에 적을 수 있는 것이 적더라도
처음에는 빈칸이 많아지는 사람도 있습니다. 연락처가 하나뿐이고, 가족이 없고, 자조 모임도 모르고, 의료기관에 가 본 적도 없습니다.
그런 경우에도 지도는 만들 가치가 있습니다.
빈칸이 많더라도 적어 보면,
- ‘앞으로 늘릴 수 있다’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 어디부터 늘리면 좋을지가 보입니다
- 하나라도 적을 수 있다면 그것은 ‘있다’라는 증거입니다
빈칸이 많은 지도는 ‘채워 나가는’ 목표가 됩니다. 처음부터 완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으면서 한 달에 하나씩 늘려 나갑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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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est, D., & Lubman, D.I. (2012). The recovery paradigm: A model of hope and change for alcohol and drug addiction. Australian Family Physician, 41(8), 593-597.
- Humphreys, K., Wing, S., McCarty, D., et al. (2004). Self-help organizations for alcohol and drug problems: Toward evidence-based practice and policy. Journal of Substance Abuse Treatment, 26(3), 151-158.
- Laudet, A.B. (2007). What does recovery mean to you? Lessons from the recovery experience for research and practice. Journal of Substance Abuse Treatment, 33(3), 243-256.
- 国立精神・神経医療研究センター. 依存症対策全国センター. https://www.ncnp.go.jp/nimh/yakubutsu/
- 厚生労働省. 依存症対策. https://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000007078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