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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3

회복 자본: 내 안에 있는 것

변호사 사무실에서 돌아오는 길. 세 번째 임의 정리 상담을 마쳤다. 머릿속이 빙빙 돈다.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문득 생각했다. ‘나에게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

빚이 있다. 일은 간신히 이어지고 있다. 가족과의 관계는 아슬아슬하다. 잃어버린 것을 세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문득 주머니 속의 수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도박을 끊고 3주 동안의 기록이 있다. 작은 체크 표시가 늘어서 있다.

이것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잃어버린 것만 세고 있었지만, 아직 내 손에 남아 있는 것도 있다.


회복 자본이라는 사고방식

‘회복 자본’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중독에서 회복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거나 사용할 수 있는 자원 전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돈이나 물건에 관한 이야기만이 아니다. 내면에 있는 것, 사람과의 연결, 생활의 기반, 문화나 신념, 이 모든 것을 포함한다.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회복 자본이 많은 사람일수록 중독에서의 회복이 안정되기 쉽다는 점이다. 반대로, 회복 자본이 적은 사람일수록 회복이 어렵다.

회복 자본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 늘릴 수 있다. 줄어든 것처럼 보여도, 다른 곳에서 늘릴 수 있다. 어떤 하나의 자본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다른 자본을 키울 수 있다.

회복 자본은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

  1. 내적 자본(내 안에 있는 것)
  2. 사회 자본(사람과의 연결)
  3. 물리 자본(생활의 기반)
  4. 문화 자본(신념, 가치관, 커뮤니티)

각각을 차례로 살펴본다.


내적 자본: 내 안에 있는 것

내적 자본은 내 안에 가지고 있는 자원이다. ‘이것은 나에게 자본이다’라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 건강(신체적, 정신적)
  • 과거의 경험에서 배운 것
  • 어려움을 이겨낸 경험
  • 자신을 알아차리는 능력
  • 무언가를 계속해 온 경험
  • 배우려는 의욕, 변하려는 의욕
  •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순간
  • 말로 표현하는 힘
  •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있다
  • 아침에 일어날 수 있다
  • 먹을 수 있다
  • 일하러 갈 수 있다

’이미 있다’를 인정하기

중독 당사자는 자기 안에 있는 것을 ‘있다’고 인정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내적 자본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내적 자본의 증거다. ‘읽어 보자’고 생각한 힘. ‘변하고 싶다’고 생각한 마음. 여기까지 읽어 온 집중력.

이것들은 이미 내 안에 있다.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내적 자본의 점검

종이에 써 본다.

  • 내 몸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 과거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한’ 것은 무엇인가
  • 나에 대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점은
  •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예전 것이라도 좋다)
  • ‘변하고 싶다’고 생각한 순간은 언제였는가

쓸 수 없는 항목이 있어도 괜찮다. 쓸 수 있었던 항목만이 지금 나의 내적 자본이다.


사회 자본: 사람과의 연결

사회 자본은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다. 가족, 친구, 동료, 의료인, 자조 모임, 이웃, 커뮤니티.

  • 가족(직접적인 가족, 친척)
  • 친구(옛 친구, 지금의 친구)
  • 동료, 상사, 부하
  • 의료인, 상담사, 케이스워커
  • 자조 모임의 동료(GA, QuitMate의 커뮤니티 등)
  • 변호사, 법무사
  • 취미 동료
  • 이웃, 점원, 단골집의 사람
  • 온라인에서 알게 된 사람

’망가진’ 것과 ‘망가지지 않은’ 것을 구분하기

중독의 경과 속에서 인간관계는 망가질 때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망가져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가는 실로 이어져 있는 관계가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사회 자본이다. 0명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의료인이나 상담원, 자조 모임의 스태프를 ‘앞으로의 사회 자본’으로 센다.

사회 자본의 특징

사회 자본은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늘릴수록 회복이 안정된다. 늘리는 방법은 이 책의 곳곳에서 다뤄 왔다.

  • 가족과의 관계를 행동으로 다시 세운다(제19장)
  • 도움을 요청한다(제10장)
  • GA나 자조 모임에 간다(제21장)
  • QuitMate 등의 커뮤니티에 참여한다

첫 한 사람이 생기면, 두 번째, 세 번째는 조금 쉬워진다.


물리 자본: 생활의 기반

물리 자본은 생활을 성립시키고 있는 물질적·경제적 기반이다. 이 부분이 0에 가까운 사람도 있지만, 0이 아닌 경우에는 반드시 인식해 둔다.

  • 살 곳(자가, 임대, 본가)
  • 일과 수입
  • 생활용품(가구, 가전, 의류)
  • 식량, 물, 위생 환경
  • 이동 수단(자동차, 자전거, 정기권)
  • 스마트폰, 컴퓨터
  • 건강보험, 연금 등의 사회보장
  • 긴급 시에 쓸 수 있는 작은 저축

빚이 있어도 물리 자본은 0이 아니다

빚이 있어도, 살 곳이 있고, 일이 있고, 건강보험이 있다면, 그것은 물리 자본이다. 0에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더라도, 아직 있는 것을 먼저 인식한다.

‘잃어버린 것’과 ‘아직 있는 것’의 균형을 본다. 잃어버린 것만 보고 있으면, 아직 있는 것이 보이지 않게 된다.

물리 자본이 거의 0인 경우

일을 잃고, 살 곳이 없고, 건강보험도 없는 상태인 사람도 있다. 그럴 때는 사회보장 제도를 활용한다.

  • 생활보호
  • 주거 확보 급부금
  • 긴급 소액 자금
  • 복지 사무소 상담

이것들은 ‘써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쓰기 위해 마련되어 있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제21장에서 다룬 상담 창구나, 제17-18장의 빚·법적 정리 장을 참조한다.


문화 자본: 신념, 가치관, 커뮤니티

문화 자본은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 신념, 소속되어 있는 커뮤니티의 문화다. 이것도 자본이다.

  • ‘나는 이런 사람이고 싶다’는 가치관
  • 소중히 여기는 신념
  • 종교나 철학, 사상
  • 태어나 자란 커뮤니티의 문화
  • 자신이 공감하는 영화·책·음악
  • 가족에게서 이어받은 습관
  • 한국인으로서, 남성으로서, 여성으로서, 부모로서, 자식으로서의 나

문화 자본은 ‘나를 지탱하는 이야기’

사람은 ‘나는 이런 이야기 속에 있다’는 감각으로 살아간다. 중독에 삼켜져 있을 때, 그 이야기가 무너진다. ‘나는 중독자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이야기로 쪼그라든다.

문화 자본은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 ‘나는 부모로서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 ‘나는 일을 계속해 온 사람이다’
  • ‘나는 이 음악을 들으면 차분해지는 사람이다’
  • ‘나는 이런 가치관으로 살아왔다’

이런 이야기들은 중독에 삼켜지지 않은 나를 기억하고 있다. 회복의 과정에서, 그 이야기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

문화 자본을 의식하기

평소에 의식하지 않는 것을 의식해서 적어 본다.

  • 내가 소중히 여겨 온 가치관은 무엇인가
  • 어린 시절, 푹 빠져 있던 것은
  •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
  •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특징

쓸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쓸 수 없는 경우에는 앞으로 만들면 된다. 문화 자본도 처음부터 키울 수 있다.


회복 자본의 점검

여기까지의 4가지를 사용해서 자신의 회복 자본을 점검한다. 완벽하게 쓸 필요는 없다. 쓸 수 있는 범위에서 쓰면 된다.

【내적 자본】 ・ ・ ・

【사회 자본】 ・ ・ ・

【물리 자본】 ・ ・ ・

【문화 자본】 ・ ・ ・

다 쓰고 나면, 전체를 바라본다. ‘없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없는 부분은 앞으로 늘릴 수 있다. 있는 부분은 더 활용할 수 있다. 전부 0인 부분은 아마 하나도 없다.


‘부족한 것’보다 ‘이미 있는 것’

중독에 빠진 뇌는 ‘없다’를 강조하기 쉽다.

  • 잃어버린 돈
  • 망가진 관계
  • 지나가 버린 시간
  • 하지 못한 일

이것들에 주의가 향해 있는 시간이 길수록, 회복은 진행되기 어렵다. ‘없다’를 계속 바라보면, 에너지가 소모된다.

‘이미 있는 것’에 눈을 돌리면, 에너지가 조금 돌아온다.

  • 오늘, 밥을 먹을 수 있었다
  • 오늘,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었다
  • 오늘, 도박을 하지 않았다
  • 오늘, 책을 한 페이지 읽었다

이것들은 작은 일이지만, ‘있다’의 쪽이다. ‘있다’의 쪽을 매일 확인하면, 자신의 회복 자본이 조금씩 자라나는 감각이 생긴다.

참고 문헌

  • Granfield, R., & Cloud, W. (1999). Coming Clean: Overcoming Addiction Without Treatment. New York University Press.
  • Cloud, W., & Granfield, R. (2008). Conceptualizing recovery capital: Expansion of a theoretical construct. Substance Use & Misuse, 43(12-13), 1971-1986.
  • White, W., & Cloud, W. (2008). Recovery capital: A primer for addictions professionals. Counselor, 9(5), 22-27.
  • Best, D., & Laudet, A.B. (2010). The Potential of Recovery Capital. RSA Projects.
  • Laudet, A.B., & White, W.L. (2008). Recovery capital as prospective predictor of sustained recovery, life satisfaction, and stress among former poly-substance users. Substance Use & Misuse, 43(1), 27-54.
  • Vaillant, G.E. (2003). A 60-year follow-up of alcoholic men. Addiction, 98(8), 1043-1051.
  • Hennessy, E.A. (2017). Recovery capital: A systematic review of the literature. Addiction Research & Theory, 25(5), 349-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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