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전모: 숫자를 똑바로 마주하기
이 장은 일반적인 정보이며, 개별 빚 문제는 변호사·법무사·법률구조 기관에 상담해야 합니다.
토요일 아침, 거실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펜과 노트, 그리고 봉투 더미. 뜯지 않은 독촉장이 다섯 통 쌓여 있습니다.
첫 번째 봉투를 여는 데 20분이 걸렸습니다. 내용을 읽는 데 다시 10분이 걸렸습니다. 적혀 있는 금액을 봤을 때,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이게 내 진짜 상태인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까지 머릿속에서 ‘대충 이 정도’라고 생각하던 금액의 세 배였습니다.
그래도 종이에 적었습니다. 모든 청구서를 열어 모든 금액을 적었습니다. 합계를 내기까지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합계 숫자를 보고,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다만 그날 밤, 3년 만에 조금이나마 푹 잘 수 있었습니다. ‘모르겠다’가 이어지던 상태보다, ‘알게 된’ 상태가 더 편했습니다.
왜 빚의 총액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는가
도박 중독 당사자의 상당수는 자신의 빚 총액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합니다. ‘대충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만, 실제 숫자는 모릅니다. 그리고 그 ‘대충’은 거의 항상 실제보다 적게 어림잡혀 있습니다.
왜일까요.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아는 것이 두렵다
이것이 가장 큽니다. 정확한 숫자를 보면, 그것이 현실이 됩니다. 머릿속에서 ‘대충’으로 두는 동안에는 아직 ‘현실이 아니다’라는 감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숫자를 보지 않습니다.
아는 방법을 모른다
빚이 여러 업체에 걸쳐 있는 경우, 각각의 잔액을 하나씩 확인해야 합니다. ATM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인터넷뱅킹에서 보는 것, 종이 통지로 오는 것, 업체에 전화해서 묻는 것. 창구가 제각각이라 번거롭습니다.
독촉장을 열지 못한다
봉투를 열면 현실이 된다는 감각에 독촉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봉투를 뜯지 않고 쌓아두기, 서랍에 넣기, 태우기, 버리기. 이것은 ‘보지 않으려는’ 행위지만, 현실을 없애는 것은 아닙니다.
‘언젠가 어떻게든 하겠지’가 작동하고 있다
제16장에서 다룬 부인(否認)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월급이 오르면’, ‘언젠가 따서 되찾으면’, ‘언젠가’. 이 ‘언젠가’가 숫자를 보지 않을 이유를 계속 만들어 냅니다.
빚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의 심리적 과정
빚을 똑바로 마주하는 일은 정말로 괴롭습니다. 적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마주하는 과정에서 몇 차례 감정의 파도가 밀려옵니다.
숫자를 본 순간: 충격
처음으로 정확한 숫자를 봤을 때, 눈앞이 캄캄해지는 감각이 듭니다. ‘이게 나인가’라고 느낍니다. 숨이 막힙니다. 움직일 수 없어집니다.
이것은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충격이 오지 않는 사람이 오히려 드뭅니다.
몇 시간에서 며칠: 혼란, 절망
충격 뒤에 혼란과 절망이 옵니다. ‘이젠 끝이다’, ‘죽는 수밖에 없다’, ‘가족에게는 말할 수 없다’.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계속 맴돕니다. 잠들지 못하고, 먹지 못하는 시기가 오기도 합니다.
그때가 가장 위험한 시기입니다. 제8장의 안전 계획을 발동할 수 있는 상태로 준비해 둡니다.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정해 둡니다.
며칠에서 몇 주: 행동으로의 이행
절망의 파도가 조금 잦아들면, ‘뭔가 해야 한다’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여기가 행동으로 이어지는 입구입니다.
‘뭔가 해야 한다’를 막연한 불안으로 두지 말고, 구체적이고 작은 행동으로 바꿉니다.
- 변호사·법무사에게 상담을 신청한다
- 가족에게 이야기한다
- 통장을 정리한다
- 한 업체에 연락한다
작은 행동을 하나 해내면, 다음 행동을 할 수 있습니다. 연쇄가 시작됩니다.
몇 주에서 몇 달: 정리와 재구축
행동이 연쇄되어 가면, 상황을 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숫자는 그대로지만, ‘무엇을 하면 되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끝났다’는 감각에서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으로 바뀌어 갑니다.
빚이 해결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마음 상태는 크게 달라집니다.
빚의 총액을 산출하는 구체적인 절차
준비물
- 펜, 노트, 또는 스프레드시트 앱
- 과거의 통장·카드 명세·우편물
- 스마트폰(업체의 앱이나 사이트를 연다)
- 조용한 장소, 3~4시간의 여유
- 안전 준비(괴로워졌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을 한 명 정해 둔다)
1단계: 모든 차입처를 목록으로 만든다
종이에 모든 차입처를 적습니다. 빠짐없이.
주요 항목:
- 신용카드 회사(여러 곳)
- 대부업체(여러 곳)
- 은행 신용대출·카드론
- 리볼빙 잔액
- 가족이나 지인에게서 빌린 돈
- 급여 가불
- 전당포에 맡긴 것
- 불법 사채(있다면 반드시 적는다. 불법 사채는 혼자 대응하지 말고 경찰과 법률 전문가에게 상담한다)
2단계: 각각의 잔액을 확인한다
목록의 하나하나에 대해 정확한 잔액을 확인합니다. 방법은 제각각 다릅니다.
- 신용카드: 앱·웹에서 확인
- 대부업체: 앱 또는 ATM에서 확인
- 은행 카드론: 인터넷뱅킹
- 리볼빙: 카드 회사의 명세
- 가족·지인: 직접 묻거나 과거 메시지로 확인
확인할 수 없는 경우, 업체에 전화합니다. 전화할 때는 ‘현재 차입 잔액을 확인하고 싶다’고 전하면 됩니다. 본인 확인 후 알려줍니다.
3단계: 표에 적는다
목록과 잔액을 하나의 표로 정리합니다.
| 업체명 | 종류 | 잔액 | 월 상환액 | 금리 |
|---|---|---|---|---|
| A사 | 신용카드 | ₩X,XXX,XXX | ₩XXX,XXX | XX.X% |
| B사 | 대부업체 | ₩X,XXX,XXX | ₩XXX,XXX | XX.X% |
| … | ||||
| 합계 | ₩XX,XXX,XXX | ₩X,XXX,XXX |
합계 숫자를 산출합니다. 이것이 ‘현재의 정확한 빚 금액’입니다.
4단계: 월 상환액의 합계를 산출한다
빚의 총액과 더불어 중요한 것이 월 상환액의 합계입니다. 이것이 현재의 실수령 월수입과 어느 정도의 비율인지 계산합니다.
- 월 상환액이 실수령액의 30% 이상이면, 이미 상환이 어렵다
- 50% 이상이면, 거의 확실하게 상환 불능
- 70% 이상이면, 생활이 성립하지 않는다
이 숫자는 이후의 법적 정리(다음 장)를 판단하는 자료가 됩니다.
숫자를 산출한 뒤에 할 일
단 한 명,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한다
숫자를 산출했다면, 단 한 명,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전합니다. 가족, 친구, 의료인, 상담사, GA 동료, 누구든 좋습니다. ‘말로 표현하는’ 것으로 고립에서 벗어납니다. 적은 것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면, 다시 ‘없던 일’로 만들고 싶어집니다.
‘사실 빚이 ___ 만 원 있다’라는 한마디면 됩니다. 반응은 신경 쓰지 않습니다. 사실을 전하기만 하면 됩니다.
전문가에게 상담한다
변호사·법무사에게 상담합니다. ‘도박 중독으로 빚이 있다’고 전하면, 그에 맞는 제안을 해 줍니다.
비용이 걱정되면, 먼저 비용의 기준을 묻습니다. 양심적인 사무소는 첫 상담료를 무료로 하는 곳도 많습니다.
‘갑자기 법적 정리에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면, 그것도 상담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지가 있습니다.
법적 정리의 선택지(임의 정리, 개인 회생, 자기 파산)의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제18장)에서 다룹니다.
‘앞으로의 새로운 빚’을 멈춘다
숫자를 산출한 시점에서, 더 이상 빚을 늘리지 않을 장치를 만듭니다.
- 제6장에서 다룬 ‘돈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모든 항목을 실행
- 카드·통장·인감을 가족에게 맡긴다
이것을 하지 않고 법적 정리만 진행해도, 다시 같은 상태로 돌아갑니다. ‘과거 빚의 정리’와 ‘미래 빚의 방지’는 둘 다 합니다.
‘빚 금액을 알면 끝’이 아니다
빚 금액을 산출하는 것은 회복의 출발선에 서는 것이지, 결승점이 아닙니다.
숫자를 산출한 뒤에도,
- 재발의 파도는 온다
- 가족과의 관계는 곧바로 회복되지 않는다
- 일이나 생활의 부담은 계속된다
- 법적 정리가 끝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 신용정보에는 수년간 영향이 남는다
이것들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숫자를 모르는’ 상태보다는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태입니다.
빚의 정리에는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립니다. 그동안에도 회복의 과정은 이어집니다. 이 책의 여기서부터 이후의 장들은, 그 ‘정리하면서 회복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을 다룹니다.
숫자를 산출하기가 두려워 움직일 수 없을 때
이 장을 읽어도, 곧바로 숫자를 산출할 수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다 읽고 나서 ‘알겠다, 그래도 아직 두렵다’가 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럴 때는 다음의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
- 독촉장 봉투를 단 한 통만 연다
- 한 업체의 웹사이트를 열어, 로그인 화면까지 간다
- 통장을 한 권만 꺼낸다
- 종이에 ‘업체명’만 적어 본다(잔액은 적지 않는다)
이것들은 ‘빚의 총액을 안다’의 한 걸음 앞의 한 걸음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1밀리미터의 전진이 내일의 1밀리미터로 이어집니다.
참고 문헌
- 法テラス(日本司法支援センター). 債務整理に関する相談案内. https://www.houterasu.or.jp/
- 日本弁護士連合会. 債務整理ガイドライン.
- 国民生活センター. 多重債務に関する相談事例.
- 厚生労働省 (2021). 令和3年度ギャンブル等依存症の実態調査.
- 帚木蓬生 (2014). ギャンブル依存とたたかう. 新潮選書.
- 田辺等 (2002). ギャンブル依存症. 生活人新書.
- Cox, B.J., Yu, N., Afifi, T.O., & Ladouceur, R. (2005). A national survey of gambling problems in Canada. Canadian Journal of Psychiatry, 50(4), 213-217.
- Sacco, P., Cunningham-Williams, R.M., Ostmann, E., & Spitznagel, E.L. (2008). The association between gambling pathology and personality disorders. Journal of Psychiatric Research, 42(13), 1122-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