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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은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었다? 자기치료 가설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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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에 걸리면 감기약을 먹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먹습니다. 그렇다면 마음이 아플 때는 어떻게 할까요.

사실 술이나 도박이 그 ‘약’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1985년에 정신과 의사 에드워드 칸치안이 제창한 자기치료 가설은 중독 행동을 그런 각도에서 다시 바라본 것입니다. 중독은 ‘문제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음의 고통(불안, 우울, 외로움, 분노 등)에 대한 ‘대처법’으로서 시작된다는 사고방식입니다.

칸치안의 임상 관찰에서는 무엇에 의존하느냐에도 경향이 있을 가능성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불안을 안고 있는 사람은 술처럼 진정 작용이 있는 것을 선택하기 쉽고, 무기력이나 우울이 있는 사람은 도박이나 자극제처럼 흥분을 추구하기 쉽다는 가설입니다.

끊지 못하는 이유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중독을 끊지 못하는 것은 그것이 없으면 더 괴롭기 때문입니다. 도박을 하는 동안에만 불안을 잊을 수 있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자기혐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시적이라도 편해지기 때문에 반복하게 됩니다.

뇌의 구조 측면에서도 중독 행동은 도파민을 매개로 보상계를 활성화시켜 부정적인 감정을 일시적으로 지워주는 작용이 있습니다. 중독의 뇌 메커니즘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이 보상계 회로는 의지의 힘만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을 탓하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낳고, 그 스트레스가 중독 행동을 강화하는 악순환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경험과의 연결

중독 행동의 배경에는 외로움, 자기부정, 안심할 수 없었던 가정 환경, 따돌림이나 학대, 장기적인 스트레스 등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과의 연관성은 데이터로 분명하게 나타납니다. 펠리티 등이 1998년에 발표한 ACE(역경적 아동기 경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에 학대나 방임, 가정 내 폭력 등을 경험한 사람은 성인이 된 후 중독에 빠질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ACE 점수가 4 이상인 사람은 그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과 비교해 알코올 중독 위험이 약 7배였습니다.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중독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과 경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는 점입니다.

회복을 위한 관점의 전환

미국 국립약물남용연구소(NIDA)는 중독을 뇌의 구조나 기능에 변화를 일으키는 만성적인 질환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회복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끊어야 해’ 이전에 ‘왜 나는 그것을 필요로 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일기를 쓰거나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자신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환경도 큽니다. 랫파크 실험에서는 외로운 환경의 쥐는 약물을 계속 섭취했지만, 동료가 있는 풍요로운 환경의 쥐는 거의 손대지 않았습니다. 사람의 경우에도 안심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이 회복의 큰 요인이 된다는 것이 동료 지원 연구에서 제시되었습니다. 자조 모임이나 QuitMate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도 안심할 수 있는 관계를 찾는 선택지 중 하나입니다.

정리

자기치료 가설이 보여주는 것은 중독 행동의 이면에는 다 대처하지 못한 고통이 있다는 점입니다. 중독을 끊는 것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에 대해 더 안전한 대처법을 찾아가는 것이 회복의 중심이 됩니다.


참고문헌

  1. Khantzian EJ. “The self-medication hypothesis of addictive disorders: Focus on heroin and cocaine dependence.” American Journal of Psychiatry, 142(11), 1259-1264 (1985).
  2. Khantzian EJ. “The self-medication hypothesis of substance use disorders: A reconsideration and recent applications.” Harvard Review of Psychiatry, 4(5), 231-244 (1997).
  3. Felitti VJ et al. “Relationship of childhood abuse and household dysfunction to many of the leading causes of death in adults: The Adverse Childhood Experiences (ACE) Study.” American Journal of Preventive Medicine, 14(4), 245-258 (1998).
  4. Koob GF, Volkow ND. “Neurobiology of addiction: A neurocircuitry analysis.” The Lancet Psychiatry, 3(8), 760-773 (2016).
  5. NIDA (National Institute on Drug Abuse). “Drugs, Brains, and Behavior: The Science of Addiction.”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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