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가족이 배우는 CRAFT 프로그램, 7가지 회복 스킬
가족이 음주나 도박을 끊지 못한다. ‘뒤치다꺼리를 그만두라’, ‘밀어내라’는 말을 들었지만 상황이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치할 수도 없다. 그럴 때 가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를 체계화한 것이 CRAFT(Community Reinforcement and Family Training, 커뮤니티 강화와 가족 훈련)라는 가족 지원 프로그램입니다.
‘“뒤치다꺼리하지 마라”가 정말일까? 중독 가족을 위한 과학적 지식’ 기사에서는 제3의 길로서 조금만 언급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CRAFT가 애초에 무엇이고, 가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배우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봅니다.

CRAFT가 탄생한 경위
CRAFT의 핵심에 있는 사고방식은 단순합니다. ‘벌은 사람의 행동을 바꾸는 힘이 약하다. 맨정신으로 지내는 편이 더 편안해지도록, 본인 주변의 환경을 다시 만든다.’ 이것을 치료자가 아니라 가족이 실천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이 CRAFT이며, 1990년대에 최초의 검증 연구가 발표된 이후 30년 가까이 쌓여 왔습니다.
가족이 배우는 7가지 스킬
CRAFT는 치료자와 가족이 몇 달에 걸쳐 배우는 구조화된 프로그램입니다. 매뉴얼을 사용한 셀프 학습도 가능합니다. 내용은 크게 7가지 스킬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기능 분석
본인의 중독 행동 전후를 정리하는 작업입니다. ‘무엇 뒤에’, ‘어떤 기분일 때’, ‘어디에서’ 일어나고, 그 직후에 무슨 일이 생기며, 다음 날 어떻게 되는지를 봅니다. 예를 들어 ‘업무 피로 → 귀가 → 냉장고의 캔맥주 → 한순간의 해방감 → 다음 날 아침의 숙취’처럼 나열합니다.
정리하면 어디에 개입의 여지가 있는지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중독 행동은 무작위로 일어나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특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이것을 가족이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합니다.
2. 긍정적 강화
맨정신의 시간, 건강한 행동에 대해 가족이 의식적으로 따뜻하게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 마시지 않고 돌아온 날에 ‘오늘 일찍 왔네, 좋다’라고 짧게 전합니다
- 집안일을 도와주면 구체적으로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 미소, 스킨십, 감사의 말 등 돈이 들지 않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시지 않는 날이 마시는 날보다 생활이 낫다’는 실감을 본인 안에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이 실감이 자리 잡는 것은 주 단위, 월 단위의 이야기입니다. 한두 번으로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오랜 세월 중독 행동에 휘둘려 온 가족에게 본인에게 따뜻하게 반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 와서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어차피 또 마실 것이다’라고 느끼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본인에게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가족으로부터의 따뜻한 반응보다 나은 것은 없습니다. ‘왜 이런 사람을 위해’라고 처음에는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해 보시기 바랍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됩니다. 할 수 있을 때 조금씩이면 충분합니다.
3. 자연스러운 결말
중독 행동의 뒷수습을 하지 않습니다. 결근 전화, 취해서 어지른 방의 청소, 빚의 대신 갚기를 가족이 해 버리면 본인은 결과에 직면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벌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벌은 가족이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빼앗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결말은 본인의 행동 결과가 본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이 구분을 CRAFT에서는 강조합니다.
4. 중독 행동 중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본인이 취해 있을 때, 도박에서 막 돌아왔을 때, 가족이 조용히 그 자리를 떠납니다. 말다툼도 일어나지 않고, 본인에게 ‘주목’이라는 보상을 주지도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 맨정신이 되면 평소처럼 대화를 이어 갑니다.
방치가 아니라 ‘타이밍에 따라 관여하는 방식을 바꾼다’는 계획적인 행동입니다.
5. PIUS 커뮤니케이션
CRAFT의 커뮤니케이션 훈련의 핵심이 PIUS라는 머리글자입니다.
- Positive(긍정적으로): ‘하지 마’가 아니라 ‘이렇게 해 주면 좋겠어’
- I statement(‘나’를 주어로): ‘당신은’으로 시작하면 공격이 되기 쉽다. ‘나는 ~라고 느낀다’로 바꿔 말한다
- Understanding(공감을 보인다): ‘힘들었겠다’, ‘피곤했겠다’를 한마디 덧붙인다
- Sharing(책임의 일부를 떠맡는다): ‘나에게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짧게(30초 이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긴 설교는 효과가 없고 본인의 방어 반응을 강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6. 치료로의 유도
본인이 ‘조금 치료를 생각해 봐도 좋을지 모르겠다’고 입에 담는 순간은 긴 경과 속에서 몇 번 찾아옵니다. CRAFT에서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해 둡니다.
- 지역에서 상담할 수 있는 의료기관, 자조 모임 목록을 미리 만들어 둡니다
- 본인이 마음이 생기면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초진 예약 방법까지 파악해 둡니다
- 긍정적인 발언이 나왔을 때 ‘그럼 이번 주에 같이 가 볼까?‘라고 짧게 제안합니다
이 준비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긍정적인 한순간을 잡을 수 있는지가 결정됩니다.
7. 자신의 돌봄
프로그램의 마지막 기둥이 가족 자신의 생활을 다시 세우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본인에게 휘둘려 자신의 즐거움이나 인간관계를 뒤로 미뤄 온 가족이 조금씩 원래의 생활을 되찾아 갑니다.
이것은 ‘본인을 위해 견딘다’가 아니라 ‘가족이 자신의 인생을 산다’는 것을 위한 작업으로서 CRAFT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로 밝혀진 것
CRAFT는 중독 가족 지원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근거가 축적되어 있는 부류에 들어갑니다.
1999년 Miller, Meyers, Tonigan 등의 연구에서는 치료를 거부하고 있는 본인의 가족 130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가족의 노력으로 본인이 치료로 이어진 비율을 비교했습니다.
| 접근법 | 치료로 이어진 비율 |
|---|---|
| 가족의 자조 모임 | 13% |
| 대결형 개입 | 30% |
| CRAFT | 64% |
이후의 메타분석에서도 CRAFT는 기존 가족 프로그램의 2~3배의 확률로 본인을 치료로 이어 준다고 결론지어졌습니다. 평균 4~6세션으로 약 2/3가 진료에 이른다는 것이 거의 일관된 결과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본인이 치료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가족 측의 우울·불안·분노 지표가 개선된다는 결과입니다. 여러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되어 있으며, CRAFT가 단순한 ‘본인을 치료에 데려가는 테크닉’이 아니라 가족 자신의 회복 프로그램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
어디에서 배울 수 있나
독학으로도 기본은 배울 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CRAFT를 도입하고 있는 의료기관이나 가족 교실에 다니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만 CRAFT를 정식으로 실시하고 있는 시설은 아직 많지 않습니다. 가까운 중독 상담 거점이나 전문 기관에 ‘CRAFT에 대응한 가족 교실이 있는가’라고 문의해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CRAFT는 만능이 아닙니다. 매뉴얼에서도 명시되어 있지만, 본인의 폭력·자해·심각한 안전 위험이 있는 경우, CRAFT의 적용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 신체적인 폭력이 있는 경우 → 경찰, 가정폭력 상담 기관
-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있는 경우 → 정신과 응급
- 어린 자녀에 대한 영향이 심각한 경우 → 아동보호 전문기관, 민간 셸터
CRAFT는 ‘본인을 위협하지 않는 환경에서 가족이 차분하게 관여한다’는 것이 전제로 되어 있습니다.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본인을 치료로 이어 주기 이전에, 가족이나 자녀의 신변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정리
CRAFT는 ‘애정으로 뒤치다꺼리를 계속한다’도 ‘엄하게 밀어낸다’도 아닌, 제3의 위치를 가족에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입니다. 맨정신의 시간에는 따뜻하게 반응하고, 중독 행동에는 반응하지 않습니다. 공격하는 것도 방치하는 것도 아니라 환경을 다시 짭니다. 그리고 가족 자신도 자신의 생활을 되찾습니다.
개발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근거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서적을 통한 셀프 학습도 가능합니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가, 밀어내야 하는가’의 양자택일로 소모되고 있는 가족에게는 우선 알아 둘 가치가 있는 접근법입니다.
참고문헌
- Miller WR, Meyers RJ, Tonigan JS. Engaging the unmotivated in treatment for alcohol problems: a comparison of three strategies for intervention through family members.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1999;67(5):688-697.
- Roozen HG, de Waart R, van der Kroft P. Community reinforcement and family training: an effective option to engage treatment-resistant substance-abusing individuals in treatment. Addiction. 2010;105(10):1729-1738.
- Smith JE, Meyers RJ. Motivating Substance Abusers to Enter Treatment: Working with Family Members. Guilford Press, 2004.
- 吉田精次, 小西友. 依存性物質使用障害者の家族に対するCRAFTの実績報告. 日本行動療法学会第41巻3号.
- 吉田精次, 境泉洋 監訳. CRAFT 依存症者家族のための対応ハンドブック. 金剛出版, 2013.
- 境泉洋, 野中俊介. CRAFT ひきこもりの家族支援ワークブック. 金剛出版,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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